국제신문 [기고] 엑스포 유치운동에 민간 참여 절실 /김이태
대한민국 최초의 박람회는 1906년 4월 25일~7월 25일(92일간) 부산에서 개최한 ‘일한상품박람회(日韓商品博覽會)’라고 알려져 있다. 민간이 주도해 한일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였다. 1741종 31만9172점의 상품이 전시됐다. 무려 7만7009명(내국인 2만6130명, 외국인 5만879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당시 부산 전체 인구가 3만8000여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개최국의 신기술과 문물, 산업생산력을 과시하는 만국박람회는 1936년 스톡홀름 박람회부터 두 종류로 구분됐다. 인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주제로 다루는 등록박람회(Registered Expositions)와 제한된 분명한 주제의 인정박람회(Recognized Expositions)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두 번의 엑스포, 대전(1993년)과 여수(2012년) 엑스포는 인정 엑스포에 속한다. 대전 엑스포는 ‘과학’, 여수엑스포는 ‘해양’이 주제였다.

현재 우리 부산에서 추진하는 것은 등록박람회로서 흔히 월드엑스포라고 부른다.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유치한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등록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이다. 등록엑스포는 인정엑스포와 달리 개최국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설치 비용은 참가국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인정엑스포에 비하면 비용 부담은 적고 효과는 크다.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에 따른 파급 효과는 생산 유발 효과 43조8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8조 원, 취업 유발 효과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 유발 효과라는 것이 부풀려지기 쉬운 숫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최근 등록엑스포 개최국의 사례를 보면 허언만은 아니다.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에는 무려 7308만 명이 다녀갔으며 투자금액이 5조2000억 원인데 비해 관광 수입만 52조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밀라노 엑스포의 경우 4조3000억 원을 투자해 63조 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거두었다.

등록엑스포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 외에 다양한 분야에 파급력을 미친다. 엑스포 주제와 연관된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의 고도화, 복합물류시스템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이 조기에 구축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국가 홍보 효과는 물론이고 부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지도, 브랜드가치 역시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등록엑스포가 열리는 6개월 뿐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관광객 유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국가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 지난해 5월이지만, 유치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자칫 지자체만의 ‘의지’에 그치지 않을지 걱정되는 것이 솔직한 필자의 심정이다.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지금,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엑스포가 부산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국민의 행사임을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유수의 글로벌 기업 등 민간의 참여가 간절하다.

사실, 국가 사업으로 추진하기까지 부산에서의 유치 열기는 대단했다. 100만 인 서명운동을 비롯해 대정부 건의문 채택, 시민결의대회, 국회세미나 등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이어졌다. 국가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후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는 느낌이다.

전국 단위의 ‘중앙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켜 온 국민이 함께하는 홍보가 시급하다. 엑스포는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포터가 강조한 ‘공유가치창출(CSV:creative shared value)’에 가장 적합한 장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 가진 자원과 지식,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만날 때 사회·경제적 이윤 창출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도 손해보지 않는 장사라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엑스포는 우리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난하다.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지금 당장, 민간기업과 전 국민이 참여하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운동에 불을 지피자.

부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 교수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01120.22021006615